투덜투덜2009/06/12 06:29
 최근 종강을 맞아 기말과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반나절 과제 모라토리엄을 선포하고 시청으로 나갔다. 작년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역시 분노의 에너지는 슬픔보다 강한 모양이다- 그래도 올해 들어서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최대로 모인 것 같다. 경찰측 추산으로는 5만명, 주최측 추산으로는 15만명이 모였다고 하니 얼추 10만명 내외로 모였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작년 촛불정국 당시와 비교하였을 때, 무난하게 모인 숫자라고 할 수 있겠다. 올해 6월 10일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보다는 참여주체들이기는 하다. 촛불 때와는 달리 범야권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통해 87년 이후 최대도전연합이 정상적으로 형성될 수 있을지는 지켜보아야겠다.
 하지만 상기해야 할 점은 87년도의 최대도전연합 형성은 박종철의 사망 자체로 터진 것이 아니라, 사망경위에 대한 은폐기도에 대한 분노로 이루어진 것이며, 또한 이한열의 현장에서의 사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따라서 현재의 정세는 87년도와는 분명히 다르다. 게다가 당시 88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도전연합을 포섭할 명백한 동기가 있었던 지배블록과는 달리 현재의 지배블록은 딱히 도전연합을 포섭할만한 동기가 없다. 지배블록 내부의 분화라는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친박계가 민주당과 손을 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또한 예상대로 청와대는 야권에 대해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으며 자신들의 행동강령 역시 수정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게다가 민주적인 절차적 정당성을 지닌 정부를 중도하차하게 만들 뾰족한 수단과 명분이 모두 없다는 점-아쉽게도, 2MB에 대한 광범위한 반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세력은 상당수 있으며 민주주의는 이들까지 대표하여야 하는 체제이다-에서는 정국을 타개할 방법이 더욱 묘연하다. 국회에서의 탄핵소추 발의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게다가, 설사 친박계의 초강수로 탄핵소추가 발의된다 하더라도, 이는 사법의 정치화를 뒤집은 정치의 사법화로의 역편향을 의미한다), 거리에서 이 정부를 하차시키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찰스 틸리의 지적대로 동원에서 성공적인 혁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조직이 필요하지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특히 중간계급 편향적인 운동의 속성을 고려한다면(어제 광장에 모인 상당수는 정장을 빼입은 회사원들이었다), 이들이 2MB 를 끌어내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만들어내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리가 만무하다.
 2MB 를 어떠한 방식으로든 끌어내릴 수 없다면 고민해야 할 문제는 앞으로의 3년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문화과학」과 「한겨레 21」에서 이야기하는, 2MB가 파시즘 X 로 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은 '오버' 임에 분명하지만, 3년간 고민하고 대비해야 할 것은 2MB 이후이다. 2MB 다음으로 올 것은 박근혜의 보나파르티즘인가, 유시민의 보수적 민주주의인가, 제 3의 인물의 파시즘 X인가. 2MB 정부의 헤게모니 상실과 비효율적인 무리한 통치행위, 그리고 거리의 반정치적 정치 사이에 부재하는 정치를 회복할 길은 아직 멀어보인다. 역시 우리가 항상 고민해야 할 것은 단순한 안티테제를 넘어선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한 문제의식이다. 6월 항쟁 22주년을 맞아 우리는 '독재 세력' 이라는 손쉬운 적이 아닌, 복잡하고 뒤틀린 역사의 미로 속에서 어떤 민주주의를 건설할 것인가를 고민하여야 한다. 복잡한 문제다.
Posted by 데학생
망상의 변주곡2008/06/17 01:13

-2MB 요정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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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예전에 쓴 글(2MB 탄핵에 대한 단상)에 나타나 있다시피 나는 5월 초만 하더라도 촛불문화제의 가능성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었다. 대운하나 공공부분 민영화 등 한국의 중장기적 사회경제적 체제 자체를 뒤엎을 수 있는, 산적한 거대 이슈들을 놓아두고 그 확률도 매우 미미한 광우병 이슈에 들불처럼 일어나는 대중을 보며 어느정도는 냉소를 보내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선을 거쳐 4월달의 총선 패배를 겪고 나니-게다가 내가 선거운동을 뛰었던 후보 사무실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패배를 목도하였다- 한국의 대중에 대한 실망과 불신감이 팽배해 있던 시기였다는 말로 미약한 변명을 해본다.

 여하튼, 내가 미심쩍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촛불문화제에 모인 시민들은 나에게 멋지게 어퍼컷을 날렸고, 나는 5월 2일 이후로 꾸준히 촛불문화제와 가두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기말고사와 논문을 쓰느라 바뻐 촛불시위 출석이 뜸해진 요새 와서 생각해보건데 2MB 요정설은 통찰력이 있는 주장인 것 같다.

 기억해보자. 촛불이 시들할때마다 여기에 불을 부은 것은 시민들의 열정과 아이디어 이전에 2MB 의 삽질이었다. 지속적으로 부어주는 배후설과 간간히 터뜨려주는 돌출 발언, 그리고 강경 진압은 그만큼의 강한 반발을 수반하였고 이 반발은 고스란히 촛불의 기름이 되었다.

 촛불시위가 가두로 나올 수 있도록 계속 귀를 막은채 먹사들과 대화하던 2MB는 시위대가 가두로 나와 논란이 될 법한 시기에 25일 신촌의 진압 크리를 날려줌으로 가두시위에 대한 비난여론을 잠재우며 시위대의 상황판단능력 역시 대폭 증가시켜 주었다.

 그리고 6월 1일, 피의 일요일은 2MB가 국민의 정치의식을 일깨우고 함양시키기 위한 자신의 역사적 사명을 깨달은, 절대정신의 각성 기념일로 지정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의 '지령' 이 떨어지자마자 아고라의 노빠들이 청와대 진격 무용설을 주장하기 시작하였는데, 최소한 그 전까지는 청와대 진격이라는 행위의 부적절성보다는 경찰의 폭력진압이 주요 이슈였다.

 또한 촛불의 중요한 고비였던 6월 7일 저녁, 프락치 논란까지 있던 폭력사태에 대한 목소리가 일파만파 확산되기 시작하여 6월 10일 시위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지던 시기에 2MB는 명박산성이라는 기상천외한 아이템으로 벼락치기 인력동원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아마 명박산성을 보고 온 사람들이 최소한 몇만명은 될게다. 명박산성과 더불어 81년생 북파공작원이 존재하는 가짜 HID 는 사람들의 공분을 자아내는 데에 톡톡히 기여하였다.

 결국 명박산성의 가호로 6월 10일 시위를 어느정도 성공적으로 치루어내었지만 청와대의 리액션도 미적지근한 데다가 추후의 뚜렷한 목표가 정해지지 않아 지쳐가던 시민들. 하지만 역시 우리의 2MB 요정은 시민들이 지쳐가는 것을 눈뜨고 볼 수가 없어 LPG 가스통과 함께 고엽제 전우회를 여의도에 파견하사 시민들이 오랜만에 운동도 할 겸 운치있게 야경을 보며 한강을 걸어서 건너는 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 곧 장마철이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부터 비가 온다는데, 비가 내리기 전부터 2MB 요정은 역시 세심한 배려를 해주었다. 오늘은 길고 긴 장마철을 맞이하여 3종 세트이다. 오전에는 김종훈의 옥쇄 크리, 오후에는 이랜드 홈에버(신실한 박성수가 운영하는 그 이랜드 맞다.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 하지 말지니....)의 쇠고기 원산지 위조 크리, 밤에는 촛불시위 생중계의 메카 아프리카 TV 대표 긴급구속 크리.

 아마 내일 ASEM 회의때 세계 각국의 요인들에게 한국의 위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늘 하루에 몰아서 일들을 터뜨려 주었나 보다. 대책위 측에서는 2MB에게 20일까지 기한을 주었는데 과연 20일 당일날에는 또 무엇을 하사해 주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노무현 시절, 민주주의보다 경제성장을 택하였던 괘씸한 시민들에게 몸소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체험시켜주는 2MB 요정의 국가와 시민에 대한 배려와 사랑 앞에서 나와 같은 룸펜은 그저 조용히 그분의 희망에 따라 시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 밖에 할 일이 없다.

Posted by 데학생
내가 본 세상/국제2008/06/12 12:00



 평소 CNN 등의 사이트에 한국은 '아시아 뉴스' 로 묶여져 있으며 그나마도 별 뉴스가 나오지 않던 전례를 보자면 이러한 보도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서구인들이 민주주의를 소비하는 방식을 상기한다면 이는 결국 또다른 서구 중심주의의 반복으로 보인다.

 민주주의가 공고화 되었고 보편의 가치가 된 사회에 살고 있는-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서구인들의 눈으로 보자면 민주주의 혁명은 일종의 '로망' 에 가깝다. 얼마전 사학법 및 종교인 과세 논란이 벌어졌을 때 광신도들이 벌이던 '순교' 퍼포먼스와 같은 맥락선상에 닿아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개신교인들이 신화의 영역에 있는 사도들의 순교에서 뜨거움을 느꼈다면 '민주주의 신도'(비꼬는 의미는 아니다) 가 된 서구인들은 역시 신화가 되어버린, 자유와 평등을 위한 투쟁에서 뜨거움을 느낀다.

 87년 6월 항쟁의 열정을 경험적 차원에서 되살리던 한국의 386세대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서구인들은 한국의 '민주화 운동' 을 신화의 차원에서 소비한다. 그의 업적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구에서 그렇게 대접을 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라파예트와 제퍼슨을 방불케 하는 민주주의 혁명 신화의 살아있는 주인공이였던 것이다.

 결국 서구인들이 아프리카에서 '산업화' 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 과 '야생의 에너지' 를 읽어내듯, 아시아에서는 '불완전한 민주주의' 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민주주의 혁명' 의 신화를 읽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이러한 소비방법은 역설적으로 이들이 현재 국면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번 시위를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둘러싼 단순한 '반미' 차원에서의 운동으로 보는 것이 아닌, 2MB 정부의 정책방향과 독선적 국정운영에 대한 총체적인 거부로서 서술하고 있는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배후설을 운운하는 조중동의 기사보다 훨씬 정확하다. '반정부'(조중동은 2MB 정부에 대한 반대와 정부라는 체제 일반에 대한 거부를 구분하지 않고 쓰는 악습이 있다) 혹은 '반미' 가 아니라 '민주' 의 문제이다.

 그렇기에 민주주의가 내면에 공고화되지 않은 국내 파시즘 언론들(우파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보다 해외 언론의 민주주의에 대한 로망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역설이 발생한다. 외신을 보는 것은 제 3자의 시각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객관화하여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 그 장점이 있긴 하지만, 우리의 펜이 아닌 푸른 눈 속에서 우리의 실체를 보아야 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뉴욕타임스에서 발췌-

For the past 40 days, central Seoul has been rocked by demonstrations , which began as rallies by hundreds of teenage students, singing, dancing and holding candles to protest the importing of American beef. They have now evolved into a protest against government policies on education, health care and consumer prices.
Posted by 데학생
망상의 변주곡2008/06/10 08:58

 결전의 날, 6월 10일이 밝았다. 3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일어나 학교에 있다가 시위에 참가할 계획인데,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이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어제 최장집 교수가 인터뷰에서 말했다시피 이 정제되지 않은 열정을 제도화해주고 지속시켜 줄 정당이 부재한 현실에서 통제가 불가능한 에너지 덩어리가 어느쪽으로 흘러갈 것인가.

 일요일의 '폭력시위' 때문에 여론악화를 걱정하였지만 친절하게도 전경은 14세 소년의 뒤통수를 방패로 가격하였고 2MB는 세종로에 컨테이너 공구리를 치고 있다. 5월 초에 간단하게 끝낼 수 있던 문제를 이렇게까지 비화시킨 2MB의 선동능력과 정치력은 이래저래 역사에 남을 듯 하다.

 이 판국에서도 시민사회의 원로들-물론 이들이 '지도자' 는 아니지만-을 만날 생각은 하지 않고 뉴라이트를 위시한 '종교계' 인사들을 만나서 시시덕거리고 있는 것을 보면 금치산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쯤되면 네티즌 중에 몇명 뽑아서 대화하는 제스쳐라도 보여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끝까지 분위기 파악 못하고 부시 형님에게 전화를 걸어 형님이 약속 했다고 광고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당선 전의, 공식 외교라인이 아닌 종교계 인맥을 통한 부시와의 면담 추진이 떠오른다. 계엄령 직전의 갑호경계령도 내렸다던데, 사태를 치킨게임으로 만들지 못해 안달이 난 것 같다.

 다시 오늘의 과제. 컨테이너 성이 쌓인 세종로에서 우리는 공성전을 할 것인가, 축제를 할 것인가, 이합집산을 할 것인가. 내가 고민한다고 해봐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니 논문이나 쓰다가 저녁에 속편하게 가서 시민들의 흐름에 몸을 맡겨야겠다.

 그리고 내일, 세상은 바뀌리라.

Posted by 데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