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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31 화려한 대통령, 노무현의 패전트 (2)
내가 본 세상/사회2009/05/31 17:02




1.
 모든 패전트는 권력의 스펙터클을 대중에게 각인시킴으로써 권력의 기의를 학습시킨다. 그리고 권력의 기의를 맛본 대중은 권력의 기표를 찾아 기의와 일치시킨다. 하지만 여기에는 미끄러짐이 존재한다. 근대 일본에서 나타난 천황의 패전트를 분석한 다카시 후지타니의 『화려한 군주』에는 패전트에 대한 당시 대중의 반응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들은 스펙터클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소비한다. 기표는 천황으로 수렴되지만 권력을 상상하는 방식이 각각 다른 것이다.

 2MB 가 국장이라는 화려한 패전트를 통해 만들어내고자 한 권력의 기의와 대중이 읽어낸 권력의 기의 사이에는 탈구조주의적인 미끄러짐이 있다. 금요일의 시청과 연화관에서의 패전트는 매우 전형적이었으며 그만큼 대중도 전형적으로 반응하였다. 마치 메이지 천황의 순행(巡行)을 대하는 당시 대중의 태도와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있어서 영결식은 국가의 규율에 자신을 맞추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이 느낀 권력에 대한 느낌을 표출하는 장이었다. 이러한 패전트를 주관한 2MB 정부가 대중에게 질서를 요구하는 것은 언감생심일 뿐이다.

 결국 이 모든 패전트는 공식적으로는 정부의 주도였지만 실제적으로는 노무현의 패전트, 화려한 대통령 노무현의 패전트였다. 죽은 노무현은 영결식을 통해 순행을 실천하였고 대중에게 스스로를 내보였다. 대중은 여기서 노무현의 존재를 새삼 느끼며 국가의 리더 노무현과 인간 노무현, 그리고 시대정신으로서의 노무현의 삼위일체를 읽어내어 내면에 노무현의 응시를 받아들인다. 따라서 노무현은 내면의 도덕법칙이자 자애로운 아버지이자 정치신념의 준거로서 환원된다.
 



2.
 유시민이 사도 바울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보아야겠지만, 확실한 것은 2MB 는 네로 황제가 되기로 작심하였다는 것이다. 로마의 만신(萬神)을 섬기지 않는 자들에게는 예배의 장소로 콜로세움을 선사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 콜로세움은 곧 2009년 서울의 거리이다.

 콜로세움 밖으로 나와 관중석의 귀족들을 공격하지 않는 한 노예에게 자유란 존재할 수 없다. 새로운 스파르타쿠스가 거리에서 나올 수 있을지도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3.
 촛불과 노무현에 대한 추모열기의 정체성을 이처럼 잘 대변해주는 사진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촛불과 노무현은 모두 태극기라는 기표로 용해 가능하다. 정상국가를 향한 중간계급의 허위적 열망과,  이에 대해 공권력을 투입하여 당신의 국가에 대한 기획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2MB 의 대립은 이 한장의 사진이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싸움은 곧 국민국가의 성격에 대한 규정을 둘러싼 싸움이다. 하지만 양자 중 어느쪽이 승리하더라도 희망은 찾기 힘들다. 중간계급이 꿈꾸는 정상국가는 정치적 수단에 의한 계급의 공존과 전략적 연대가 아닌, 도덕적 당위 혹은 중간계급의 안락한 환상에 기반한 몰계급적인 통합(곧 국가라는 기표로 모든 것을 용해시키는)을 그 기반으로 하고 있다. 2MB 가 꿈꾸는 계급사회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Posted by 데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