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의 변주곡2009/05/24 15:34

 노무현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정치적 비판은 하지 않는 것이 당분간 고인에 대한 나의 마지막 예의다. 그리고 사실 노무현이라는, 중간계급의 방향 못잡는 열정을 물화한 주체가 사라진 이후로는 굳이 노무현이라는 개인을 물고 늘어진다는 것은 별 의미없는 화풀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이라는 '본체' 가 사라지고 각 개별주체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노무현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현실에 존재하였던 노무현이라는 단일한 본체를 공격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노무현 개인에 대한 비판과 분석은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다고 본다. 최장집과 박상훈에게 유시민이 계속 컴플렉스를 가지고 반발하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정곡을 찔렀다는 것의 방증 아닐까.
 주목해야 할 것은 노무현의 캐릭터가 아닌, 현상으로서의 그의 탄생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또한 그 스스로가 바꿔놓은 사회적 맥락이며 중간계급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수만명의 그가 모여 만들어낼 사회적 맥락이다. 그리고 현재의 추모열기 역시 하나의 현상이다. 모든 사회적 현상은 대상화되어 분석되어야 한다.
 걱정되는 것은 한국정치의 강렬한 동일시 효과-부르디외가 제시한 개념으로서, 국민은 정치인을 지지할때 그의 정책을 합리적으로 평가하여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의 감정적 동일시를 통해 선택한다는 개념-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열망과 실망의 반복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이 정도면 학습효과를 가질때도 되지 않았을까.
 가뜩이나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한국사회의 풍토에서, 그리고 동일시 효과가 빚어내는 미디어 정치의 강세에서 질낮은 언론의 범람 속에서 계속해서 노무현과 같은 '현상' 이 벌어지는 것은 결국 남미식 포퓰리즘으로의 수렴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망자에 대한 예의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있어 더욱 중요한건 살아있는 사람들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망자에 의해 산 자의 삶이 규정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노무현을 기억하자. 하지만 그를 마음속에 모시지는 말자.
 
p.s.1. 아마 중간계급이 노무현을 기억하고 소비하는 방식과, 부르주아 계급과 노동계급이 노무현을 기억하고 소비하는 방식은 명백히 다를 것이다. 현상적으로는 동일하게 나타나는 추모물결의 뒤에 존재하는 심층심리의 차이를 짚어낼 수 있어야 한다.
 
p.s.2. 재미있는 것은 남미에서는 노무현과 같은 포퓰리즘 정치가 횡행한다는 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인들은 노무현을 유일무이한 현상으로 생각하며 그에게 거대한 가치를 부여한다. 이는 남한 중간계급이 얼마나 자기 외의 세계에 무지하며 자기중심적인 내셔널리즘에 빠져있는지를 방증해준다. 어제 추모식에 등장하였던 거대 태극기와 울려퍼지는 아리랑은 소아병적 내셔널리즘의 감수성을 잘 보여준다.
 
-노무현과 비슷한 말로를 걸은 브라질의 포퓰리스트 제툴리우 바르가스(http://en.wikipedia.org/wiki/Get%C3%BAlio_Vargas)의 유서 마지막 줄
 
"Serenely, I take my first step on the road to eternity and I leave life to enter history."
Posted by 데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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