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도부터 개강 전에는 꼭 차를 놓쳐서 먼거리를 걸어오는게 바람직한 한 학기를 보내기 위한 분기별 행사가 된 듯 하다. 안암에서 막차를 놓치는 바람에 새벽에 청계천을 따라 종로까지 걸어왔다.
신설동 역에서는 술에 취해 시비를 거는 취객을 만나는 바람에 걸음을 재촉하였는데, 청계천 변에 이르기까지 우중충한 동네는 나를 안심할 수 없게 만들었다.
노래의 무대가 되기도 하였던 우울한 청계천 8가는 어느덧 이마트와 함께 있는 거대한 롯데캐슬(내가 지금까지 본 아파트들 중에 가장 대규모로 펼쳐져 있었다)이 점령하고 있었다.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에도 간간히 행인들이 보이고 휘황찬란한 동대문을 지나 걷다보니 종로가 나왔다. 그때서야 나는 안심이 되었다. 익숙한 풍경이라 그런 것일까 아니면 빽빽한 빌딩들이 주는, 통제가능한 도심의 이미지 때문에 안심이 된 것일까.
청계광장에서 나는 첫차를 기다렸고, 6월달의 밤을 지새웠던 태평로와 세종로 일대는 착잡함과 한숨만을 주었다. 무릇 소중한 것은 그것이 부재할때 깨닫는 법이다. 하지만 발전 역시 과거의 유산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동이 터오고 새벽을 여는 바람을 상쾌한 기분으로 맞이하였다.
일상의 궤적들2008/08/30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