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세상/사회2008/05/02 01:19
 미리 밝히자면 나는 극성스러울 정도로 MB를 싫어한다. 다소 감정적으로 말하자면 나에게 있어 MB는 미제뽕을 맞은 건설현장 십장, MB 지지자들은 허상을 쫓아다니는 낮도깨비에 다름 아니다. '상식' 을 넘어선, 노골적인 현실 신자유주의자-'신자유주의' 자체가 꽤 혼란스러운 개념이기는 하지만 극단적인 승자 독식형 경제, 보수적 도덕 이데올로기의 조합을 보이는 MB는 확실히 신자유주의의 개략적 범주에 충실하다-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MB와 욕망의 사다리에 목을 메고 있는 객체들에게 있어 이러한 비아냥이 별로 결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한나라당 경선이 채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부터 MB에게 폭격을 퍼부어온 내 입장에서 MB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벌이는 행각들이 어떻게 보였을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MB탄핵안에 3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온라인 서명을 하고 오프라인 집회까지 예정된 현재의 상황은 나에게 있어서는 천국일 것이다. 과연 그럴까? 아쉽게도, 정말 아쉽게도 나는 이 흐름에 마냥 동조할 수 만은 없는 입장이다.
 
 우선 탄핵이라는 수단 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국민의 의사에 따라 지도자를 '리콜'  하는, 탄핵의 결과 자체에는 감정적으로 동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정 전체에 이성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는 법이다. 사실 다른 정부였다면 탄핵 이후 수권능력이 있는 세력이 없다는 이유로 결과마저 이성적으로 내쳤을 테지만, 현재의 강부자 고소영 내각을 보자면 누가 차기 정권을 잡더라도 이보다 못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문제는 탄핵의 최종심급을 주관하는 기관이 헌법재판소라는 점이다. 헌재의 판결이 지극히 정치적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에 대한 결정은 헌재의 주관에 달려 있는 것인가?
 
 또한 탄핵이라는 손쉬운(?) 해법의 기저에 흐르는 청산주의적 심리 역시 우려할 만한 점이다. 아마 현재 탄핵에 서명한 네티즌 중 상당수는 '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 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던 것으로 추정된다. 수없이 복잡하게 꼬여있는 문제들의 원인을 모두 '지도자' 한 사람에게 투사한 뒤 그 지도자의 목만 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정말로 걱정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 이들은 왕의 목을 친 뒤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또 다른 왕을 찾아 헤맬 것이다. 오, 나의 총통이여!
 
 현재 탄핵을 외치는 네티즌들의 의견을 보면 나의 이같은 걱정이 기우만은 아니리라 생각된다. 선동을 방불케 하는 여론몰이와 극단적인 선악 이분법적 세계관, 그리고 내셔널리즘. '일왕'  에게 '절' 을 하는 '매국노' 2MB, 일본 오사카 출생인 2MB, 부시에게 나라를 팔아먹는 2MB, '공산주의적' 경제정책을 펼치는 2MB...... 이쯤되면 MB가 불쌍해질 지경이다. 사실 이러한 극단적 수사를 외치는 네티즌들은 파시즘의 또다른 자원일 뿐이다. 파시즘은 사회주의의 사생아. 무솔리니 역시 이탈리아 사회당 기관지의 편집장 출신이다. 나치스 역시 '국가 사회주의'.
 
 물론 그렇다고 이들의 움직임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거칠고 성찰이 결여되어 있다 할지라도, 그리고 목적인 '탄핵' 을 성취할 수 없다 할지라도(아마 할 수 없겠지만) MB에게 성난 국민들의 분노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사상초유의 최단기 레임덕을 보면 아무리 불도저라지만 MB 역시 민주주의에 있어 대표성과 책임성의 원리에 대해 고심해보지 않을까. 만약 그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뻣뻣하게 나온다면, 국민을 가르치려 들어 신망을 잃었던 노무현의 오류마저 기존의 오류에 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아마 MB의 오만과 편견, 독선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또다른 교조(敎條)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역사사회학에는 식민문화와 반식민문화의 상동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싸우기 위해 닮아간다는 말인데-아마테라스에는 단군으로, 부시도(武士道)에는 화랑도로- 현재 시점에서 대중에게는 이렇게나마 싸워나가는 것 외에는 길이 없어 보인다. 제 3세계의 반제국주의 내셔널리즘에 대해 무작정 민족주의라고 비난만 할 수 없듯이, 현재 웹상의 흐름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선은 유지하되 그것의 가능성 역시 주목하는 것이 현재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자세이다. 무엇보다도, 이 흐름이 오프라인으로 연결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Posted by 데학생